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사무총장 김선웅)는 지난 4월 3일 잠실 두산, 엘지전 경기에서 심판에 대한 질의를 이유로 선수가 퇴장명령을 받은 사실과 관련하여 KBO의 대처와 발표내용에 유감을 표시합니다.

 

선수협은 심판위원의 판정과 권위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이번 심판위원의 퇴장근거가 되는 KBO와 심판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먼저 선수협은 지난 2월말 KBO로부터 경기중 선수단 행동지침(이하 “행동지침”)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KBO는 클린베이스볼 정책을 2018년에도 일관되게 집행하기 위해서 선수협과 선수들의 협조를 부탁하면서 행동지침을 선수들에게 공지해주고 이를 지켜줄 것을 부탁 받았습니다.

 

 

 

선수협은 3월 19일 개최된 선수협 이사회에서 KBO와 심판위원회가 부탁한 행동지침을 선수이사들에게 알렸습니다.

 

선수협 이사들은 이 가운데 당연히 선수들이 지켜야 할 것은 지키지만 지침 중 “경기중 심판위원에게 인사 금지” 부분은 선수개인의 루틴과 관행으로 정착된 부분이라고 판단되어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팬들 의견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한 이번 퇴장조치과 관련된 부분인 “경기중 심판위원에 질의 금지(볼판정 여부, 판정에 대한 어필 등)→감독만이 질의 및 어필 가능하며 선수가 어필할 경우 규칙에 의거하여 퇴장 조치”라는 지침은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너무 심하게 억압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심판위원에게 인사 금지”라는 내용은 이미 선수들에게 전지훈련 때부터 공지된 사항이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질의금지” 지침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개막이 가까와져서야 통보가 되었습니다.

 

 

 

선수협은 야구규칙을 지키는 것과 심판위원들의 판정은 존중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논란이 된 판정의 근거가 된 행동지침의 의사결정 방식과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우선 심판위원회와 KBO의 판정에 관한 규정은 매우 중대한 내용이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전공지와 의견 취합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행동지침은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고 선수, 코칭스텝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할 사항인데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지되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을 가져왔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과연 볼판정에 대한 단순질의 자체가 금지되고 퇴장까지 이어져야 하는 지침이 야구규칙에 충실한 지도 의문입니다.

 

행동지침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야구 규칙이며, 규칙 4.06 와 9.02은 선수가 경기중 해서는 안되는 사항과 심판판정에 항의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야구규칙 4.06은 경기 중 선수들의 금지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경기장 안의 어떠한 장소에서도 다음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1) 말이나 사인 등으로 관중의 소란을 부추기는 것

(2)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

(3) 볼 인 플레이 중에 “타임”이라고 외치거나 기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명백히 투수의 보크를 유도하는 것

(4)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원에게 고의로 접촉하는 것

 

또한 야구규칙 9.02 (a)에 따르면 선수와 감독은 위치를 벗어나서 투구의 스트라이크 또는 볼판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 규칙에 따르더라도 선수가 판정항의가 아닌 볼이 낮은지, 높은지 단순질의 정도까지 금지한다는 해석은 어렵고 이를 야구규칙이 강제하는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최소한 선수의 질의가 야구규칙 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려면 선수의 질의가 관중의 소란을 부추기거나 폭언이 들어가 있거나 신체적 접촉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단순질의를 금지행위로 결정한 것은 야구규칙의 과도한 확대해석입니다.

 

 

 

야구규칙상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사항”에 따라서도 심판원이 경기장에서 선수와 사담을 나누어서는 안됩니다만 선수의 단순질의 역시 금지되는 사담이 아닙니다.

 

 

 

선수협은 이번 판정의 근거가 된 행동지침이 경기 이해당사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과도한 야구규칙의 확대해석으로서 선수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고, 심판위원도 불필요한 경기진행을 하게 되고, 야구팬들도 지나친 권위의식에 대한 반발과 경기진행 중단으로 인한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과거 비디오판독이 없던 시즌에 선수들과 심판들의 판정에 관한 갈등이 최고로 고조되었을 때 선수협의 비디오 판독 도입요청과 KBO의 신속한 제도 도입은 갈등을 해결하고 KBO리그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야구규칙은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사항”으로 “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 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KBO는 리그 운영의 주체로서 야구규칙 상 정확한 판정이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수, 코칭스텝, 심판위원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행동지침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끝.